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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메자닌 규제, 난무하는 편법…"재매각 공시 필요"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및 콜옵션(매도청구권) 규제에 나선 지 1년이 넘었지만,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규제를 교묘히 피해 가는 편법 발행이 난무하고 있어서인데요. 전문가들은 메자닌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최대주주 지분 넘는 콜옵션, 활용처 대체 어디?
 
금융위원회는 지난5월 전환우선주(CPS)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도 전환사채(CB)와 같은 콜옵션·리픽싱 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상장기업의 전환사채 발행 공시(기재정정 포함) 51건 중 16건이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초과한 콜옵션을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세부적으로 세토피아(222810) (2,195원 ▲25원 +1.14%)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263540) (2,015원 ▲105원 +5.22%) 등이 발행 CB 권면총액의 최대 100%까지 콜옵션을 추가했으며, 미래산업(025560) (2,630원 ▲10원 +0.38%), 윌링스(313760) (7,030원 ▼70원 -1.00%) 등이 70%, 경남제약(053950) (1,829원 ▼161원 -8.78%), 소니드(060230) (2,110원 ▼165원 -7.80%) 등은 50%의 콜옵션을 넣었죠. 이밖에 넥스턴바이오, 오킨스전자(080580) (5,140원 ▲1,185원 +23.06%), 엔케이맥스(182400) (13,230원 ▼200원 -1.51%), 바이오로그디바이스(208710) (811원 ▲5원 +0.62%) 등의 콜옵션도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넘었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말부터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 개정을 통해 CB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우선주(CPS),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에 상향 리픽싱을 도입하고 콜옵션 한도를 제한했는데요. 메자닌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공정거래에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증발공 개정으로 CB 발행 당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넘어서는 콜옵션 행사도 제한됐습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초과하는 콜옵션을 걸더라도 최대주주 지분율까지만 가져갈 수 있죠. 최대주주의 지분율 이상으로 확보한 콜옵션은 소각 처리하거나 제3자에 매각해야 합니다.
 
사실상 최대주주 지분율을 초과해 확보한 CB 대부분은 재매각되는데요. 콜옵션이 행사된 CB는 공시의무도 없습니다. 회사가 직접 공시하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은 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가 없는 거죠. 회사가 재매각을 공시하더라도 대부분 개인이나 투자조합을 통해 매각되곤 합니다. 더구나 CB 재매각은 이사회의 의결만으로 결정되는데요. 결과적으로 최대주주 등 회사의 목적에 따라 인수자가 결정되고 불공정거래에 이용될 가능성도 커지는 겁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콜옵션을 통해 확보한 CB를 소각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공시 의무도 없는 재매각 CB가 주체를 알 수 없는 신생법인에게 매각될 때 승계에 사용될 수도 있다”면서 “주가와 전환가의 차이가 큰 황금 CB의 경우 사실상 최대주주 등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CB 인수자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불공정거래에 이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테라사이언스(073640) (1,539원 ▼72원 -4.66%)의 경우 지난 2021년 14~15회차 CB를 발행한 이후 70%부여된 콜옵션 등을 활용해 CB 대부분을 만기 전 상환했습니다. 다만 모든 물량은 소각되지 않고 10여 차례에 걸쳐 개인투자자들과 투자조합에 재매각 됐죠. 수차례에 걸져 분할 매각된 CB는 '5%룰'을 통한 지분 공시 의무도 피할 수 있습니다.
 
리픽싱 무력화 방법도 다양…"당국 CB 전수조사 해야"
 
콜옵션 행사 한도 규제와 함께 메자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리픽싱’ 제도도 손질에 나섰지만, 여전히 구멍이 남아있습니다. 증발공에 따라 리픽싱은 기본적으로 최초 발행가의 70~100% 수준까지 가능한데요. 전환가액 조정 하한선을 무력화하는 여러 편법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기존 메자닌 투자자들 대상으로 새로운 CB를 발행하는 이른바 CB 돌려막기가 대표적인데요. 새로 발행된 CB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기존 투자자의 CB 상환에 쓰입니다. CB 투자자로선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을 뿐 한도까지 내려간 전환가격을 더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죠. 회사가 이사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할 경우 일부 CB의 리픽싱 한도를 액면가까지 낮출 수도 있습니다.
 
메자닌의 주식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환가를 밑도는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도 리픽싱 한도를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CB 상향 리픽싱 의무화 직후 CB를 발행한 에프앤리퍼블릭(064090) (1,901원 ▼39원 -2.05%)의 경우 사실상 같은 주체에게 CB 발행과 유증을 동시에 진행해 CB 전환가를 낮췄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주요국에선 이미 리픽싱 옵션을 찾아보기 힘들다”라면서 “콜옵션이나 리픽싱 등 국내 메자닌 시장에서 당연한 옵션들은 기본적으로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희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대주주 지분을 초과하는 콜옵션 재매각의 경우 불공정거래 등이 아닌 다른 활용처를 생각하기도 힘들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금융당국 차원에서 메자닌 발행과 재매각을 전수조사하는 등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의 '증발공' 개정이 메자닌 시장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