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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삼성증권, 암초 걸린 HMM 매각…해법 있을까
이 기사는 2023년 10월 5일 14:1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하반기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의 유일한 대어인 HMM(011200) (15,680원 ▼260원 -1.66%)의 인수후보자들이 확정됐다. 하지만 글로벌 해상운임 하락, 인수후보 기업들의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수전이 자칫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금융(IB) 부문 확대를 선언하며 기존 강점을 가진 M&A 주관에 승부를 건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파전으로 압축된 HMM인수전
 
(사진=HMM)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산업은행(이하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HMM 인수 후보 3사에 개별적으로 적격심사 결과를 통보했다. 오는 11월 본입찰까지 산은은 2개월간 실사를 거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올해 안에 HMM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산은의 HMM 매각에서 후보자로 지정된 기업은 하림그룹, LX그룹, 동원그룹이다.
 
하림은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HMM 인수를 통해 종합 물류 선사의 완성을 이룬다는 계획으로 앞서 팬오션 인수 당시 협력했던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기준 하림그룹 전체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인수주체로 거론되는 하림지주의 현금성 자산은 4620억원으로 그룹사 지원과 JKL파트너스의 블라인드펀드 투자여력 최대 4000억원까지 더하면 현재 2조원가량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 기준 8500억원 가치로 평가된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까지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동원은 육상 물류 사업 중인 동원로엑스와 항만사업사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해운사 운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를 보유했지만 인수후보자 중 자금 여력은 가장 낮다는 평가다.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동원그룹의 동원산업(006040) (31,600원 ▼550원 -1.74%)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6145억원에 그친다. 그외 주요 계열사인 동원F&B(049770) (31,900원 ▼550원 -1.72%)와 동원홈푸드의 현금성 자산도 각각 716억원, 476억원에 그친다. 
 
이에 일각에선 동원그룹의 HMM 인수 자금 마련 방안으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 90.3% 중 일부 지분 매각 또는 전환사채(CB)발행 등으로 조달하는 방안과 100% 자회사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의 프리 IPO, 동원F&B 강남 사옥 매각 등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X는 범LG그룹의 물류를 전담하는 포워딩 회사 LX판토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LX인터내셔널(001120) (29,400원 ▼300원 -1.02%)은 1조2094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룹사 전체로는 2조7000억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범LG가 그룹사의 지원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금 마련 방안과 인수전 전략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순항하던 인수전 속 갑자기 찾아온 악재
 
(사진=삼성증권)
 
HMM의 매각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3월 HMM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회계자문은 삼일PwC, 법률자문은 광장이 각각 맡는다. 매각 대상은 1·2대 주주인 산은(20.69%)과 해진공(19.96%)이 각각 보유한 지분이다. 2023년 10월4일 종가 기준 산은과 해진공이 가진 40.65% 지분 총액은 3조119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영구채(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할 시 매각 지분은 71%까지 증가한다. 이 경우 총 매각 금액은 6조~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M&A시장에서 인수수수료가 1.5% 내외에서 결정된다는 걸 감안하면 삼성증권은 이번 매각 주관 성공시 최대 600억원 이상의 수수료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M&A 가뭄 속 유일한 대어로 기대감이 높아진 삼성증권이지만 하반기 해운업 불황 돌입과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인수후보자들의 규모에 HMM 매각은 한동안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86.85를 기록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항하는 15개 항로의 단기 운임을 종합한 지수로 컨테이너 운임 참고 수치로 활용된다. 2022년 초 사상 최고치인 5109.6를 기록했던 SCFI는 올 들어 줄곧 900~1100을 기록하다 최근 결국 900선 마저 무너졌다.
 
 
시장에선 무리한 인수 끝에 오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인수 후 사업이 미진한 상황에서 과도한 이자비용이 그룹사 전체에 경영악화를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 상반기 연결기준 HMM 자산 규모는 27조원으로 인수후보자인 하림지주 14조원, LX인터내셔널 8조원, 동원산업 7조원의 두 배에서 세 배를 웃돌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 아닌가 하는 평가를 받았다.
 
최양오 ISD기업정책연구원장은 "HMM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고금리에 자금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무리한 인수 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어 후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중단 가능성도 제기되는 HMM 매각…해법 '오리무중'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난 HMM에 대해 일각에선 매각이 또다시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주식매각공고에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논리다.
 
시장에선 기존 인수 후보자들의 인수 이외에 다른 방안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가장 심도 있게 거론되는 방법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매자를 찾아 경영권을 매각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이다.
 
스토킹호스는 매물 인수 의사를 보인 수의계약자(임의계약자)와 사전 계약을 체결한 후 공개경쟁입찰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해 한화오션(042660) (26,050원 ▼200원 -0.77%)(구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해 진행했다.
 
또다른 방식으론 산은과 해진공이 가진 2조6800억원 규모의 CB와 BW의 청산 방안이다. 앞서 매각 진행 초기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던 SM그룹은 산은과 해진공이 가진 CB와 BW 물량을 청산하는 조건으로 4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액을 제시한 바 있다.
 
HMM 매각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조율해야 할 삼성증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다만 삼성증권은 현재 진행 중인 만큼 말을 아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따로 이에 대한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