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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장재인, 디제잉·재즈로 확장한 음악 세계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인스트루멘탈(보컬 없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 요즘은 DJ를 배우고 있어요. 음악 하는 주변 친구들이랑 재즈 밴드도 결성했고요. 이건 진짜 정말이지, 완전 또 다른 세계!"
 
흡사 이제 막 데뷔한 포크 가수의 별빛처럼 반짝이는 두 눈. 자신 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칠해온 음악처럼 그가 말합니다. 매니저도 없이 기타 케이스를 홀로 내려놓으며. 
 
최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재인은 "잠시 홀로 활동을 해보며 처음 음악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보고 싶었다. 음악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지금이 너무나도 재밌다"며 웃었습니다. 
 
2010년 Mnet ‘슈퍼스타K 2’에서 기타 하나만 들고 앉아 연주하던 그 모습이 스쳐갑니다. 린다 페리나 피오나 애플, 재니스 조플린 같은 포크가수들을 동경하던 그 눈빛도.
 
2010년 Mnet ‘슈퍼스타K 2’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사진=장재인
 
싱어송라이터 장재인(32)은 지금 음악적 홀로서기 중입니다. 올해 초부터 '무소속'으로 모든 계획을 홀로 짜온 그는 "'음원-유통-심의' 같은 시스템을 홀로 깨달아가는 과정이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이제는 내 직업을 음악가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용기쯤은 생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홀로 인상적인 신곡 '파랑(Parang)'을 냈습니다. 26살 녹사평 거리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다 만든 곡입니다.
 
포근하고 몽롱한 무드의 선율과 장재인 특유의 독특한 목소리가 새벽 감성처럼 어우러집니다. 예쁘게 피어오르는 일렉트로닉 잔향은 흡사 싱그럽고 천진한 햇살, 누구에게나 떠올려지는 청춘 시절의 밝은 파랑 같은 곡. 
 
"녹사평 거리를 걸으며 바라본 하늘에 가슴이 확 트이는 경험을 했거든요. '왜 그간 나는 복잡하게 살았지.' 보통 하나의 감정이 다가오면 그걸 붙잡고 깊이 몰입하며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곡은 아주 담백하게 썼어요. 환기되는 카페에서 간단한 악기들을 넣어가며, 아주 담백하게.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장재인 음악이 시작된 것 같아요."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던 장재인의 음악은 이제 다른 항로로 가는걸까. 포크 가수 이미지로만 굳어지기가 싫었던 걸까.
 
"아뇨. 포크가수라는 이미지로 굳혀지기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사운드 취향이 바뀌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컴프레서를 걸어 음량 조절하는 것도, 사람 보컬에 전자 튠을 입히는 것도 싫어했거든요. 그러다가 1960년대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충격을 먹었어요. '전자 음악이 과연 인공적인 걸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배합 비율에 관한 여러 생각들이 요즘은 들어요."
 
"모듈러 신스를 구입하고 별안간 '아름다운 전자 소리'에 매료되기 시작했다"는 그는 "포크를 피하고 싶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신스팝 스타일의 음악이 나온 것 같다. 요즘은 뷔욕(비요크·아이슬란드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여성 음악가)도 즐겨듣는다"고 했습니다.
 
"'파랑'은 집에서 녹음했어요. 정말 덥던 올해 6~7월 조그마한 전기 소리도 들어가면 안되니까 에어컨까지 다 끄고. 믹싱 과정을 독학으로 배워가면서 이 과정이 왜 '자기 색깔'을 입혀가는 것인지 깨닫게 됐어요."
 
2010년 Mnet ‘슈퍼스타K 2’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사진=벅스뮤직
 
‘슈퍼스타K 2’의 우울한 예술가 이미지, 그러나 실제 만난 그는 TV가 비춰주던 모습과는 정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윤종신 선배님이 곡을 듣자마자 '재인재인하네'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제 본래 성격이 많이 묻어난 것 같아요. 평소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전시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녀요."
 
장재인은 최근 '더재즈클럽'이라는 재즈밴드를 결성하고 전국의 재즈클럽 투어도 준비 중입니다. 세이무어 사이먼스의 'All of me'부터 냇 킹 콜 'For Sentimental Reasons', 빌리 홀리데이 'Blue Moon' 같은 재즈 스탠더드 곡들을 친한 동료 연주자들과 준비 중입니다. "재즈라는 건 정해진 틀이란 게 있지만 그 안에서도 자유로운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저 역시 밴드의 일원으로써, 다른 멤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노래를 부른다는 게 정말 재밌어요. 물론 음정은 정확히 맞춰야하지요."
 
최근에는 디제잉도 배우고 있다면서 "재즈 클럽과 전자음악 라이브 신의 연주자들 권익에 관한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사라져가는 클럽 문화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십여년째 변하지 않고 있는 연주자들의 페이 문제에 대중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 선에서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0년 Mnet ‘슈퍼스타K 2’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사진=장재인
 
엘라니스 모리셋의 'Head Over Feet', 레이첼 야마가타의 'be be your love'처럼 깊은 울림의 음악과 산울림, 비틀즈(특히 폴 매카트니), 조니 미첼 등을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꼽은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 '타인에게 들려주면 좋을 음악'을 하고 싶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포크 앨범도 낼 계획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신곡 '파랑'은 이 맘때 베를린의 날씨 같은 노래에요. 손에 잡힐듯 땅과 너무나도 가까운 하늘의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낼 조용한 음악들은 아마 절 같은 곳일지도 몰라요. 한때 우리 옛노래 만요(漫謠)에도 빠진 적이 있거든요. 동양적인 느낌과 결합된 음악도 해볼 거예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