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뉴스
HOME > IR뉴스
인쇄하기
동원산업 22% 자사주 소각…자진상폐 수순 밟나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 패싱 논란이 있었던 동원산업(006040) (31,600원 ▼550원 -1.74%)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습니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 소식으로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일각에선 동원산업이 자진 상장폐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90%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동원산업, 자사주 소각…최대주주 지분율 90% 근접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 16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한 보통주 1046만770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감자 결정으로 동원산업의 발행주식은 기존 4648만2665주에서 3602만1895주로 감소합니다. 동원산업이 소각하는 주식은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22.50%에 달하는 물량입니다.
 
동원산업이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앞서 동원산업은 지난해 6월 자기주식 350만주를 소각했으며, 이번 자사주 소각을 통해 보유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 최대주주가 보유한 동원산업 주식이 90%에 근접한다는 점입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조카 등 동원산업 최대주주 특수관계인과 경영진들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동원산업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할 당시 63.15%였던 김 부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자사주 소각과 주식매입을 통해 1년여 만에 68.16%로 늘었습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고 나면 김 부회장 등 최대주주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87.95% 급등하게 됩니다. 동원산업의 이번 자사주 소각이 자신 상장폐지를 위한 큰 그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행 상법에서는 지배주주 보유 주식과 기업 자사주 합계가 발행주식의 95% 이상이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합니다. 동원산업이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활용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고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최대주주가 직접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 7% 정도만 높여도 상장폐지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소액주주 패싱 논란 동원산업의 주주가치 제고
 
동원산업의 경우 과거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과정에서 비상장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몸값을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서 최대주주 몰아주기 및 소액주주 패싱 논란을 겪은 바 있는데요. 당시 소액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언론에서도 이를 조명, 결국 합병비율을 기존 1대 3.8에서 1대 2.7로 변경하는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당시 합병비율을 유지했다면 김 부회장 등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확보하는 주식은 3142만7190만주에서 4306만6890만주로 1163만9700주가량 증가했을 겁니다. 이 경우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74.10%까지 늘어나죠.
 
합병비율이 바뀌지 않았다면 자사주 물량도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동원산업이 소각한 자기주식은 대부분이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과정에서 확보한 신주이기 때문입니다.
 
최초 합병비율 유지했을 경우 자신상폐 지분율 충족
 
동원산업은 지난 2022년 11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면서 합병 신주 631만8892주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합병 이후 동원산업은 보통주 1주를 5주로 분할하는 액면 분할을 진행했고 총 3159만4460주의 신주가 발행됐습니다.
 
합병 전 동원산업이 보유했던 자사주는 26만6581주(7.25%)에 불과하지만, 합병 후엔 279만2162주(27.93%)로 급증했습니다. 이후 액면분할을 통해 자사주는 1396만810주로 불어났습니다.
 
동원산업의 자기주식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주식매수청구권 덕분입니다. 동원산업은 합병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는데요. 당시 주식매수권청구를 통해 일반 주주에게서 확보한 주식은 107만3470(1.83%, 액면분할 후)주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18.85%(1155만4435주)는 모두 김 부회장 등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및 단주(1주 미만의 주식)입니다.
 
합병 비율이 기존 3.8대 1로 유지되고 현재와 동일한 수량의 자사주 소각이 이뤄졌을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93%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합병비율 유지로 소각하는 자사주가 더욱 늘어날 경우 자진상폐 기준인 최대주주 지분율 95%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자사주 소각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이 자진상폐를 염두에 뒀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시장에선 현금성 자산이 넘쳐나는 동원산업이 주주들의 감시를 벗어나 최대주주를 배를 불리기 위해 자진상폐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1조1571억원(연결 기준)에 달합니다. 동원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동원F&B(049770) (31,900원 ▼550원 -1.72%)(2589억원), 동원시스템즈(014820)(952억원)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시가총액은 1조7800억원에 불과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진 상폐를 염두에 뒀을 경우 상폐 이후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같은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자산 매각이나 고배당 정책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현재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95%를 넘지는 않는다”면서“최대주주의 추가적인 지분 매수를 통한 자진상폐 등은 고려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