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바로가기
IR뉴스
HOME > IR뉴스
인쇄하기
22년만에 4이통 등장…기대반 우려반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 (49,900원 ▼50원 -0.10%)·KT(030200) (35,450원 ▲450원 +1.27%)·LG유플러스(032640) (10,290원 ▼30원 -0.29%) 등 이동통신3사 체제가 구축된 이후 22년 만에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등장했습니다. 알뜰폰(MVNO) 사업자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스테이지엑스가 4301억원에 5G 28㎓ 주파수를 최종 낙찰받으며 제4이통 시대가 열리게 됐는데요. 과감한 베팅을 한 스테이지엑스를 두고, 고착화된 국내 통신시장에 긴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과 이통3사에 대항해 재무적 무리 없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31일 주파수 경매에서 1단계 다중라운드 오름입찰에서 마이모바일과 접점을 벌였고, 2단계 밀봉입찰에서 4301억원을 써내며 주파수 낙찰을 받았습니다. 통신사의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과 달리 이통3사처럼 전국 규모에서 독점적으로 쓸 수 있는 주파수를 확보한 것입니다. 
 
이로써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지난 2002년 1월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조건부 합병한 이후 22년 만에 3사 구도가 깨지게 됐습니다. 앞서 정부는 2010년부터 2016년에 걸쳐 제4이통 유치에 일곱 차례나 나섰으나 재무 요건 미달 등을 이유로 실패했는데요. 8번째 만에 신규 사업자 유치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게 됐습니다. 
 
상단 스테이지파이브 로고와 하단 서울시내 통신사 대리점. (사진=스테이지파이브, 뉴시스)
 
다만 국내 통신시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찾아올지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신규 사업자의 등장으로 경쟁이 활성화돼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인데요. 일단 신규 이동통신(MNO) 사업자 진입 후 요금 인하 효과를 본 해외사례에 비춰 국내에서도 스테이지엑스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존재합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해외 이동통신시장 경쟁상황 및 MVNO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신규 MNO 진입 국가는 15개국, 진입 사례는 19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신규 MNO가 진입한 국가의 요금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요금 대비 10.7~12.4%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전략적 제휴 기업들과 함께 혁신적 요금제와 서비스를 설계·보급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통3사는 이번 제4이통 체제 구축에 대해 공식 언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SK텔레콤 6G 진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KT는 멤버십 서비스 확대 계획을, LG유플러스는 데이터 무료 쿠폰 제공을 새롭게 알리는 등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고객 혜택 확대 계획을 잇달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확보 비용 외에 조 단위 투자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4이통 유치를 성공이라 자축하기엔 이르다고 보는 것도 바로 이 재무적 부담 때문인데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주도한 스테이지파이브의 지난 2022년 매출은 272억, 영업손실 55억원입니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면서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인텔리안테크(189300) (71,900원 ▼100원 -0.14%) 등을 주주로 끌어들여 약 8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현재로선 자금사정이 넉넉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예상 비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주파수 할당 대가 4301억원을 5년에 나눠 지불해야 하고 향후 3년간 5G 28㎓ 기지국 6000대도 구축해야 합니다. 28㎓ 기지국 가격은 일반 기지국 대비 3배가량 높은 2000만~3000만원대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국내에 유통되지 않은 28㎓ 단말의 수급 비용, 조 단위로 이뤄지는 이통3사 마케팅비 경쟁에 대응할 자금도 요구됩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추진도 진행되고 있어 마케팅비 부담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28㎓ 기지국을 구축하기 전 통신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도 통상 수천억원이 필요합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가 포기한 고주파 대역으로 서비스에 나선 만큼 경쟁력 있는 서비스 제공이 핵심이 될 수 있다"면서도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출혈경쟁 우려도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