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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신호?…주총시즌 쏟아진 한계기업 무상감자 발표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재무구조가 악화한 일부 한계기업들이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무상감자를 발표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감자로 인한 손실은 물론 감자 후 3자배정 유상증자 등도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무상감자가 경영권 매각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데요. 3자배정 유증 이후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에만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기업 14곳이 감자를 공시했습니다. 올 한해 전체 상장사 공시 건수(30건)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중 유상감자와 자기주식 처분, 불균등 무상감자 등을 제외한 10곳은 소액주주들을 포함한 모든 발행주식을 대상으로 감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10개 상장사의 감자 사유는 ‘결손금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며, 감자 비율은 66.67%부터 최대 95%입니다. 감자는 주식 금액 또는 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줄어든 자본의 대가를 주주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을 무상감자라 부릅니다.
 
감자는 주주 재산권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주총회서 전체 주식 수의 33%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일반결의가 가능한 예외조항도 있습니다. 결손 보존이 목적인 경우엔 전체 주식 수의 25%만 찬성해도 가능합니다.
 
이번에 무상감자를 추진 중인 기업들도 대부분 일반결의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민감한 이슈가 제기될 것을 예상해 주총이 몰리는 3월 말에 해당 안건들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에스유홀딩스(031860) (433원 ▼5원 -1.14%) 등 일부 기업은 전자투표도 진행하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역시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통상 감자는 회사 결손금이 누적돼 자본잠식이 우려될 경우 회계상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실시합니다. 이번에 감자를 진행하는 기업들도 적자로 결손금이 증가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감자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의심되는 경우도 눈에 띕니다.
 
명확한 감자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당장 자본잠식 위기도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결손금이 늘고 있지만 그간 유증과 CB 발행을 통해 자본잉여금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잉여금은 영업이익에 따른 이익잉여금과 신주발행 시 액면가와의 차이로 발생하는 자본잉여금으로 구분됩니다.
 
일례로 에스유홀딩스, 투비소프트(079970) (563원 ▲8원 +1.43%) 등은 결손금보다 자본잉여금이 많고 자본잠식 상태도 아닙니다. 80% 감자를 결정한 투비소프트와 경영권 분쟁 중인 카발로블란코는 “감자로 주식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추가로 제3자배정 유증이 이뤄질 경우 주식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회사는 감자의 타당성과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통상적인 특별결의가 아닌 보통결의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거래정지 중인 KH건설, KH전자 등도 감자에 나섰습니다. 무상감자가 경영권 매각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무상감자는 자기자본 규모에 변화가 없지만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본금이 감소하는 동시에 그간 누적된 결손금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인수자 입장에선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습니다. 자본금이 줄어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의 3자배정 유증이나 CB를 통해 새로운 대주주를 영입하기도 쉽습니다.
 
실제 에스유홀딩스와 투비소프트 모두 감자가 완료된 이후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두 기업은 현재 주가가 액면가(500원)를 밑돌고 있는데요. 상법에 따라 유증과 CB 발행 등 신주 발행 시 액면가 이하로 발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감자를 한다면 주가도 병합된 주식 수를 반영해 액면가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가 100원에 액면가 500원인 주식이 90% 감자를 진행할 경우 감자전(거래정지 전) 종가 대비 10배인 1000원에 기준주가가 설정됩니다. 액면가는 그대로 500원을 유지하게 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감자 이후 3자배정 유증·CB 발행을 통한 경영진의 지분확보와 경영권 매각 등은 기업사냥꾼들이 한계기업을 M&A하는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라며 “감자로 기존 주식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신주 발행에 나설 경우 기존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한계기업드르이 감자 발표가 이어지면서 논란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