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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주춤하자 인텔·TSMC 추격 '속도'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인텔과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등 한국 반도체 기업 추격에 본격 나섰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손발이 묶인 사이 '한국 반도체'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 보면 TSMC는 파운드리 시장 1위, 인텔은 2분기 연속 종합반도체 1위(매출 기준)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20%를 점유할 정도로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 기존 불화아르곤(ArF) 보다 한층 더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는 극자외선(EUV) 기술에서 미세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화성캠퍼스에서 업계 최초 7나노 EUV 기반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고 6나노 제품은 연내 양산 계획이며 5나노도 공정 개발을 마친 상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차이는 지난해 말 35.9%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29%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1위에 오르기 위해 집중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EUV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수출규제를 발동한 이후 공급이 제한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초격차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규제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7나노 이하 EUV 첨단 공정 반도체 생산 자체가 중단되고 고객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회사는 올해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줄어든 6376억원 영업이익을 내면서 글로벌 매출 순위가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요 회복 부진에 대외 경영환경 악화까지 겹치면서 급기야 감산 결정을 내렸다. 신규·증설 라인 투자도 큰 폭으로 줄이기로 했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미래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TSMC는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대만 타이난 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공장에서 5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부 신추 산업단지에도 3나노 공정을 적용한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정부 인가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와 인력 채용도 진행 중이다. TSMC의 영업이익(2조9070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9.6% 줄었지만, 설비투자액(4조4348억원)은 지난해 2분기보다 94.9% 늘었다. TSMC는 또 최근 신입·경력 사원 3000명 이상을 모집하겠다고 발표했다. TSMC가 이 정도 대규모 인력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미국 인텔은 올해 2분기 매출 165억달러(1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3% 줄었지만 시장 기대치는 상회했으며,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며 호조를 이어갔다. 인텔은 올해 상반기(38조6000억원)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30조원 추정)을 크게 상회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1위를 탈환할 것이 확실시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양사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